
고등교육재단 대학특별장학생(후기포함)
March 29, 2006우여곡절 끝에 치르게 된 대학특별장학생에 최종 합격했다.
대학에 갓 입학해 세상물정을 조금씩 알아가던 때, 두 사람이 KFAS(Korea Foundation for Advanced Studies)의 대학특별 장학생에 대해 소개시켜 주었다. 한 분은 바로 우리 아버지셨고, 다른 한 분은 현재 MIT에 재학중인 과 선배이자 99년 역대 최초 수능 만점자 오모 선배였다. 아버지는 신문지 한켠에 난 선발 공고를 잘라 주시며 기회가 되면 지원해 보라고 하셨고, 오선배는 이메일을 통해서 소개해 주시면서 좋은 기회니 지원해보라고 하셨다.
이 장학생이 매력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장학생의 명예 때문인 것 같다. 월 30만원 정도 지원되는 연수 지원금이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른 대형 장학재단의 금액에 비해서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및 현 수혜자 현황을 보면 물리 올림피아드 출신의 쟁쟁하신 분들이 받고 계시기 때문에 수혜자가 되면 그 분들 뒤를 잇는 듯한 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한번 시험해 보고 검정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여간 2003년도에 입학하면서 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중복수혜 불가라는 대장금의 강한 선포에 눌려 지레 포기했었다. 이와 비슷한 사유로 신청을 안하게 된 경우가 많은데, 이공계 장학금 및 대통령 과학 장학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03학번 부터 대학특별장학생에 지원을 거의 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던 중 몇몇 사람들이 지원을 해서 받게 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03학번의 이모군이 수혜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장금 수혜자 중에서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들리기 시작하면서 군생활을 시작한 나도 이 장학생에 다시한번 끌리게 되었다. 알아보던 와중 휴학생도 이 장학생 선발시험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이 장학생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지원 과정만 하더라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학교에 쉽게 갈 수 없는 입장이라 추천서를 받기 위해서 후배를 동원하고 이메일을 통해 관련서류를 전해드리는 등 어렵게 추천서를 받아낼 수 있었다. 또 불안한 마음에 두분께 추천서를 부탁드렸는데 두 분다 너무 흔쾌히 써주시겠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두 분의 추천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선발시험이 있던 3. 18(토) 직전까지 중복수혜의 문제는 나를 괴롭혔다. 중복수혜가 안된다면 기껏 이런 지원과정 및 선발시험이 다 헛수고가 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학교 후배가 장학재단에 전화를 해봤는데 '절대 불가'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하기에 더욱 불안해 하고 있었다. 사실 시험이 1시에 실시되었는데 11시 50분까지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민을 내리던 중 장학재단에 한번만 확인을 해보고 안된다고 하면 깨끗이 포기를 하자라고 생각을 하며 전화를 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장학재단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본인들은 학비 지원차원이 아닌 장학생 연수의 연수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기에 중복수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후배들이 어디서 그 정보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급하게 시험을 보러 출발하게 되었다.
계산기도 갖추지 못해 여자친구를 통해 빌려서 겨우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그 시험형태가 참으로 특이했다. 일단 영어 1h/0.5h/0.5h 전공 2h 수학 1h 을 포함하여 총 6시간에 걸친 시험을 치루게 된다. 첫 1시간의 영어 시험은 빈칸 채워넣기 및 객관식 시험이었는데, 대체 누가 짰는지 종이를 아끼려는 노력이 보이는 각 안잡힌 시험문제 구성에서 부터 생뚱맞은 문제의 내용까지 정말 이런 신기한 시험이 있을까 싶었다. 빈칸 채워 넣기는 영 문장에 빈칸이 2-3개가 있고 그 문장이 말이 되도록 적당한 말을 아무렇게나 써 넣으면 되는 것 같았다.(물론 정확한 채점기준 및 출제자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명확하게는 말 못하겠다) 그 뒤에는 상식을 뭍기도 하고, 간단한 계산문제를 내기도 하고, 독해지문을 보고 주제/옳은 것 찾기 등등의 다양한 양식의 문제들이 있었다. 어의 없던 문제중 로마자로 XII 곱하기 XII 의 답을 구하는 것이 있었는데…. 답 역시 로마자로 나와 있어서… 144에 해당하는 로마자를 추론해서 푸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로마자를 아는 사람에게는 만만했겠지만…. 나로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페르시아 만 동쪽에 접해있는 국가수를 묻는 문제 등 독특한 양식의 문제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딱히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평소에 영어공부를 잘하고 다양한 잡식이 있으면 유리할 듯 하다. 문제가 모두 영어로 되어있기에 좀 거슬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음 30분의 두개의 시험은 writing 시험이다. 첫 writing시험은 특정 주제를 주고 그 주제에 해당하는 작문을 하는 것이었다. 주제는 무인도에서 5가지 소원으로 5년을 살기 위해서 어떤 소원을 빌 것인지 논리적 근거를 대어 쓰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냥 구해달라는 소원은 안된다…. 시간 배분을 잘해서 작성해야 한다. 나같은 경우 초반 10분을 구성하는데 다 쓰고, 인트로와 첫소원에 대해 너무 자세히 쓰다 나머지 두 소원에 대해서는 거의 나래비로 쓰고야 말았다. 두 번째 writing은 어떤 주제에 대한 글(A4로 2면 분량)을 15분 동안 읽고 나머지 15분 동안 본문내용 없이 요약을 하는 시험이다. 이번시험에는 정신분석학적 치료법이 효과가 없고 인지적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는데…. 정확히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핵심만 잘 집어서 썼다는 느낌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시험이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인터넷 후기를 통해서 읽었기에… 15분 동안 읽으면서 수험표에 핵심 문장과 단어들을 노트해 놓는 센스를 발휘해서 writing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전공 시험은 물리/수학, 화학/생물 로 나뉜 두개의 문제 sheet을 받고 푸는데… 왜 물리 전공으로 지원을 해서 화학/생물 문제까지 풀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실제 선발전형에 화학/생물 점수를 반영했는지는 미지수다… 나같은 경우 거의 확실하게 30/100 정도를 받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총 10문제의 화학/생물중 첫문제는 열역학 0,1,2,3법칙을 설명하는 것이기에 손쉽게 쓸 수 있었고, 2번은 이상기체 상태방정식과 반데르발스 방정식을 비교하는 것이었기에 비교적 쉽게 쓸 수 있었다. 그 뒤의 문제들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생각나는 것을 적어보자면, 아미노산의 구조 및 키랄… ^%$#어쩌구 등에 대해 쓰시오. 적외선, 자외선, x선, 마이크로웨이브 등등의 파장에 해당하는 분자의 운동을 설명하시오. 신경세포의 구조 및 신경전달에 대해 설명하시오. 광합성 및 ( )싸이클에 대해 설명하시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으로 커버할 수 있는 답안까지 최대한 작성했다. 화학/생물 쪽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좀 절망적인 느낌이 들었다.
물리 전공 문제는 비교적 쉬웠다. 1번 문제는 간단한 적문문제였고… 사인제곱 적분하는 것과 로그 포함된 치환 잘하면 적분되는 문제 였다.(부분적분 안나온 것이 감사할 다름… 으 노가다…) 두번째 문제는 통계역학에 관련해서 엔트로피의 정의를 주고 이 엔트로피를 최소화 시키는 분포와 최대화 시키는 분포 및 그 엔트로피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물리적으로 보았을 때 모두 균등하게 분포가 되면 최대 엔트로피였고 한 상태에 모두 집중되 있는 것이 최소 엔트로피였다. 수학적으로는 라그랑지 멀티플라이어를 잘 사용하면 증명이 되었는데, 시험볼 때 라그랑지 멀티플라이어법이 잘 생각안나서… 얼추 찾아내는데 고생을 했다. 세번째 문제는 선형대수 문제로 임의의 2 by 2 행렬 X에 대해서 MX=XM을 만족하는 2by2 M의 형태를 구하고 증명하라는 문제였는데… 고등학교 수학 1에서 많이 하던 느낌을 발휘해서 해주면 nI의 형태로 나온다.(I는 항등행렬) 네번째 문제는………………………. 초등학교 시험문제였다. 감히 후기로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원기둥의 밑면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아서 상상하시길 바란다. 마지막 문제는 그 나마 물리적인 문제로 속도에 비례하는 저항이 있는 2차원 포사체의 운동인데…. 문제 자체는 종단속도와… 종단속도에 도달한다는 가정하에 x방향 비거리 구하는 문제로 간단한 근사로 해결되었다.
마지막 수학 시험은 고등학교 과정의 수학문제 중 살짝의 테크닉을 이용해야 되는 문제들 중심으로 나와있는데… 한시간에 풀기에는 양이 좀 많았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못 계산한 문제도 2-3문제 있었는데 문제 자체는 어렵지는 않았다. 결국 시간만 주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들이긴 하나…. 시간 압박을 주고 풀게하는 것이 관건이었던 듯 싶다.
필기 시험을 보고나서 일주일 후에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다행히도 합격했다. 문제는 면접일정과 원래 내가 훈련을 참가하기로 한 일정이 겹쳤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조정하기 위해서 할짓, 못할짓 다해가면서 알아보다가 결과적으로 면접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서 피가 튀기는 암울한 상황을 지나가야 했다. 정말 출혈이 크게 참석하게 된 면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이 장학생에 선발된 친구로 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면접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다. 올해 역시 면접대상자 전원이 최종합격 하였고 면접시에도 어떤 공부를 하고싶은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물었다. KAIST의 인성면접과 같은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편할분들이 있으리라….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는 고등교육재단 대학특별장학생이 되었다. 물론 수혜 및 연수는 복학한 내년에서야 이루어 지겠지만 목표했던 하나를 이루게 되어서 기쁘다. 어제 책상을 정리하면서 올해 학업계획을 1월에 세운 종이를 보게 되었는데 3월에 적혀있던 고등교육재단 시험(영어,수학,일반물리/화학/생물) 이라고 적혀 있던 칸을 붉은 펜으로 그었다. 계획했던 일 중 최소한 하나는 이루고 가는 거다 ^^;
ㅋㅋㅋ 이제 너의 등 뒤에 빨대를 꽂겠다.. ㅋㅋ